에스파냐(España)라는 이름의 기원인 ‘Spãn’은 ‘토끼의 나라’ 혹은 ‘먼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중에 로마인들이 쳐들어와서 이 이름을 ‘히스파니아(Hispania)’라고 부르고 이것이 이어 ‘에스파냐’가 되었다. 이베리아(Iberia)라는 반도 이름은 에스파냐 동부를 흐르는 에브로 강에서 온 것이다. 사실 피레네 산맥(현재의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 지역) 남쪽은 유럽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베리아 반도는 풍토만 보면 유럽보다는 차라리 아프리카와 비슷하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은 바 있고 이어 게르만 족이 침입한 이래 에스파냐는 서유럽과 공통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카톨릭, 즉 종교 문화다. 에스파냐 땅은 800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지만 통일국가 형성은 이슬람에 대항해 이루어졌으며, 에스파냐 민중은 유럽인과의 동질성을 의식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에스파냐는 남아메리카 대부분과 북아메리카의 1/3, 필리핀 등을 지배하며 엄청난 양의 황금과 은, 보석을 들여온다. 이때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포르투갈과 충돌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신교에 맞서 가톨릭을 수호하는 종교 전쟁을 치르며 해군 부대가 무적함대로 불리게 된다.

펠리페 2세 때가 되면 최대의 황금기를 맞고 세르반테스, 엘 그레코 등이 활동하며 예술도 융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에스파냐의 산업이 너무 전근대적이라는 점이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근대 산업에 조금씩 압도되기 시작했고,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일자 에스파냐는 종교 재판을 일으키고 유대인과 무어인을 박해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력이 격감하고 경제적 기반이 흔들렸다. 이 틈을 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가 독립운동을 벌이는데, 이를 지지하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작은 함대에게 무적함대가 대패하고 만다. 이를 시작으로 에스파냐는 조금씩 몰락하고 18세기의 왕위 계승 전쟁, 19세기 나폴레옹의 침략, 지역 간 독립 전쟁, 자유주의자들의 반란 등을 거쳐 1873년 공화제가 성립된다.

펠리페 2세가 죽은 이후 에스파냐는 급격하게 쇠락하고 18세기 초에는 프랑스 루이 14세의 손자가 펠리페 5세로 즉위한다. 이 과정에서 끼어든 영국 등과의 일명 ‘왕위 계승 전쟁’이 벌어져 패하면서 에스파냐는 더욱 고립되었다. 나폴레옹 집권기에는 나폴레옹이 쳐들어와 자신의 형을 왕으로 앉히는데, 이때 시민들이 반란을 자주 일으켰다. 에스파냐어의 ‘게릴라’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한다. 이 시민 저항군들은 1812년 카디스에 모여 국회(코르테스)를 열고 ‘카디스 헌법’을 제정하는데, 실시되지는 못했지만 에스파냐 최초의 민주주의적 시도였다. 

여러 가지 내란과 전쟁을 거치며 19세기에 첫 공화정이 성립된 이후 입헌 군주제와 군사 독재 정치가 반복되던 스페인은 1936년 프랑코 장군이 내란을 일으켜 집권한 뒤 파시즘 국가가 되었다. 그러다가 1975년 프랑코 장군이 죽은 뒤 그가 생전에 지목한 부르봉가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즉위하고 새 헌법을 정하면서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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