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라는 이름의 천민성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사학재단 이사장님들의 모습이 바로 그 대표적인 보기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학재단이 “내 돈, 내 돈” 하면서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외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개방형 이사제 등을 뼈대로 하는 이 법이 왜 통과되어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는 모두 솔로몬의 재판을 잘 알고 있다. 솔로몬은 진짜 엄마는 자기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엄연한 진실 위에서 아이의 진짜 엄마를 찾아 주었다. 사립학교 이사장님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대로 학교를 폐쇄하여 학생들이 거리를 떠돌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의 개정 법안에 대한 이들의 격렬한 저항은 이들이 정말로 사립재단을 운영할 자격이 있는 교육자인지 아니면 시장바닥의 장사꾼과 같은 사람인지 너무 쉽게 판별할 기회를 주고 말았다.
물론 재산권은 신성하다. 그리고 국가가 여력이 없을 때 여러 독지가들이 학교를 설립하고 초기에 투자한 공로는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리 말했듯이 자신이 생산한 것, 그리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 획득된 재산만이 존중될 가치가 있는데, 현대 자본주의 아래서 어떤 재산도 순수하게 개인의 노동의 결과로 생겨난 것은 없다. 더구나 국가의 정책과 개입이 산업화와 자본 축적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던 한국은 더욱 그렇다. 사실 사립학교의 역사는 일그러진 대한민국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랑 천막 하나 쳐 놓고도 학교 간판만 올리면 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왔고, 몇 해 지나면 상전이 벽해로 변했다. 여기서 천막과 분필밖에 없는 학교법인을 인가해 주고, 학생을 뽑도록 해 주고, 이들에게 각종 면세 혜택을 주고 학교 운영비까지 전적으로 제공해 준 당사자가 바로 국가였다. 그뿐 아니다. 여러 뜻있는 인사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만든 공공의 재산을 특정 개인에게 선물로 안겨준 배후 세력이 바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권위주의 정권이었다. 결단코 우리나라 사학은 설립자의 노동의 결실만도, 공정한 거래의 결과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학이 더 족벌의 왕국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벼락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부패의 실상, 족벌경영, 세습 독재라는 것이 무엇이며, 세상은 민주화가 되었는데 ‘동토의 왕국’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부 사립학교를 가 보면 된다. 그들이 지금 ‘자율’ 운운하지만 사학 쪽은 국가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의 피해자가 아니라 최대의 수혜자였고, 권위주의 아래서 건학의 이념과 학교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 말하는 ‘자율’은 “내 돈 내 마음대로 쓰게 해 달라”라는 천민자본주의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자본주의 아래서 재산권의 일방적 행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임야 소유자가 자기 임야의 나무 다 베어버리면 환경을 파괴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학교 이사장이 마음대로 교사·교수 임면하고 학교 운영하면 학생이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그 피해는 환경파괴에 견줄 바가 아니다. 사립재단의 전횡에 의한 피해 사례를 모으면 아마 보고서만도 산을 이룰 것이고, 소모된 잉크만도 강물이 될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무너졌을 때 예외 없이 사립 분규가 발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이 법이 제대로 정비되어 통과된다면 많은 국민들은 왜 한나라당과 부자신문이 사립재단의 대변자가 되어 그렇게 반대했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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